언론보도

무궁화전자 “12년만에 편견을 날렸습니다” [경향신문 2006.02.20 (월)]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5.02.24 19:53 조회수 : 1500

장애인 기업인 무궁화전자 직원들은 3월을 손꼽아 기다린다.

장애인 기업이라는 한계를 딛고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울타리를 벗어나 12년 만에 독립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스팀청소기를 독자 기술로 개발한 뒤 자체 브랜드를 갖고 소비자를 직접 찾아간다. 명실상부한 독립경영을 이룬 셈이다.

무궁화전자 김기경 차장은 20일 "전 직원들의 오랜 숙원을 이뤄 기대가 크지만 걱정도 앞선다"고 말했다.

 

 ↑ 장애인 기업인 무궁화전자 직원들이 20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스팀청소기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무궁화전자 제공


무궁화전자는 삼성전자가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1백억원을 출자해 1994년 설립한 장애인 기업. 전체 직원 169명 중 121명이 장애인이다.

주된 생산품목은 삼성전자가 생산·판매해온 핸디형 진공청소기. 휴대전화 충전기와 일부 중소기업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생산해왔지만 8년여동안 적자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적자 구조 탈피에 팔을 걷었다. 삼성전자라는 '우산'을 벗어나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 16억원을 들여 자동으로 부품을 조립할 수 있는 첨단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이 과정에 삼성전자의 도움도 받았다.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 덕에 2002년 90억원 매출에 7억원의 첫 흑자를 냈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파브TV의 일부 부품도 추가 수주했지만 여전히 '2%'가 부족했다.

'삼성전자 OEM 업체'라는 한계를 떨치지 않는 한 독립경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궁화전자가 스팀청소기 개발과 독자 브랜드 개발을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무궁화전자는 3년여의 개발을 거쳐 스팀청소기 개발을 끝내고 다음달 본격 판매에 나선다. 기존 제품에 없었던 스팀량 강약 조절과 은나노 항균효과, 카펫 청소 기능이 더해진 제품이다. 가격은 8만~9만원 선으로 책정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브랜드를 떼고 자체 브랜드인 '바로바로 스팀'이라는 상표를 달고 내놓는 첫 제품이니 만큼 유통망이 문제다. 회사측은 정공법을 택했다. 다른 중소기업 제품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쳐 삼성전자 유통점에 납품할 수 있는지를 평가받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 유통망뿐 아니라 국내 대형 전자할인점 및 홈쇼핑과도 접촉 중이다.

무궁화전자는 현재 핸디형 청소기를 수출 중인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스팀청소기 제품의 해외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차장은 "이번 독자 브랜드는 정말 '큰맘' 먹고 저지른 일"이라며 "장애인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독립경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문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