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장애인공장 무궁화전자 월매출 10억원 달성> [국민일보 2004.11.09 (화)]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5.02.24 19:11 조회수 : 1336

정부가 장애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매년 엄청난 복지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일회성 나눠주기식 분배에 치중,사회소외층들에게는 일시적 도움에 그치곤 한다. 이런 식의 소액 분배정책은 소외층에 대한 단기 구호의 효과는 있지만 외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뿐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이 이벤트식 봉사활동에 급급하거나 일회성 뭉칫돈 기부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교보생명이 이미 수년 전부터 소외층에 직업을 갖게 하고,영속적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낚시법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장애인 125명과 비장애인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의 무궁화전자는 지난 1994년 11월에 준공됐다. 당시만 해도 기업들의 사회에 대한 기여는 연말이나 수해가 났을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이재민 구호기금을 내놓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무궁화전자는 출발부터 달랐다. 삼성전자가 이 회사를 세운 취지는 장애인들에게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꽤 큰돈인 234억원이 소요됐다. 이곳이 잘 되면 다른 기업들도 장애인 일자리 만들어주기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회사는 당시로서는 최고의 장애인 편의시설도 갖추었다. 지난 5일 방문한 수원 원천동 무궁화전자의 지하 1층에 설치된 전자부품 제조기인 SMT 3호기는 쉬지 않고 부품을 찍어내고 있었다. 설치된 지 보름도 채 안된 기계다. 기존 시설 2대가 있었지만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이번에 100% 무궁화전자 돈으로 한 대를 더 들여놓게 됐다. “이 기계들을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기경 무궁화전자 차장의 설명은 이렇다. “저희들한테는 SMT장비가 그냥 기계로 보이지 않고 재기의 씨앗으로 보입니다. 창고이던 지하 1층 이곳은 IMF 때 일감이 없어 직원들이 그냥 허송세월을 보내던 곳이었거든요. 아무리 이건희 회장님의 뜻이 담긴 회사라고는 해도 일감이 없어 적자상태가 계속되면 문 닫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전 직원이 노심초사했습니다. 그 때 삼성전자에서 다시 기계 2대를 들여놔주고 제품 주문?판매 알선을 해주면서 첨단의 공장으로 탈바꿈하게 됐습니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삼성전자가 택한 선구적 기업공헌의 길은 그리 쉬운 길만은 아니었다. 이건희 회장은 “공장만 지어주고 끝내서는 안된다”며 삼성의 유능한 관리자들을 파견해 회사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리고 계열사들에도 ‘같은 품질이면 무궁화전자 부품을 쓰라’고 독려했다. 하지만 IMF가 삼성전자마저 휘청거리게 만들자 상황은 달라졌다. 무궁화전자는 말그대로 ‘뜨거운 감자’였다. 김동경 무궁화전자 공장장—. “회장님이야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내부에서조차 말이 많았답니다. 설립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삼성전자도 허덕이는 마당에 몇년 째 적자인 부품회사를 계속 살려둬야 되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요. 우리 직원들도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한 둘 떠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직원들과 삼성 파견 직원들은 삼성전자 측에 거듭 찾아가 재기 가능성을 설명했고,마침내 SMT장비 2대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수시로 기술지원과 경영컨설팅,디자인,제품수주와 마케팅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덕분에 무궁화전자는 지난해 처음 흑자를 기록했고,이 달에 월매출 1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연말까지 이런 추세라면 무난히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낚시법을 한번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려 10년 동안 반려자적 공헌을 해온 결과다. 무궁화전자는 지금은 실적 못지않게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리는데에도 일익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연간 수천명의 장애인과 장애인단체 관련 인사들이 방문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많아 이들은 매번 “한국에 이렇게 좋은 장애인 회사가 있는 줄 몰랐다”며 감탄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장애인 배려 선진국인 일본인들도 깜짝 놀란다는 것.김 공장장은 무궁화전자가 아직 80점짜리 기업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더 많은 순익을 내우리 직원들 스스로 또다른 장애인 회사와 장애인 편의시설을 사회에 기부할 때라야 100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우리 회사가 좋다는 소문에 입사하려는 장애인들이 줄을 서 있는데 그들을 더 포용하지 못하는 것도 마음의 숙제입니다. ”우리 사회와 기업들이 장애인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배려해줘야 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